Noctonal


영화 비평가 앙드레 바쟁은 사진적 이미지가 지닌 존재론적 숙명을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대상을 건져내어 보존하는 것’ 이라 정의했습니다. 사라져가는 찰나를 붙잡아 영원히 부패하지 않는 ‘미라’ 로 만드는 이 행위는 소멸에 저항하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예술적 욕망입니다.
일생을 영화의 프레임 안에서 호흡해 온 본 필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특수한 광학적 시선인 아나모픽(Anamorphic) 렌즈를 통해 시간의 층위를 재구성합니다. 수평으로 무한히 확장되는 영화적 시각 언어는 파편화된 순간들을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통합하며, 그 안에서 순환하는 시간의 밀도를 드러냅니다.
본 섹션은 빛의 잔상과 존재의 흔적들이 어떻게 단절되지 않고 서로를 지탱하며 순환하는지를 추적합니다. 프레임에 박제된 이 네 점의 기록은 단순히 멈춰진 과거가 아닙니다. 그것은 어제의 빛이 오늘 밤의 공기가 되고, 아득한 과거의 별빛이 지금의 시선과 조우하며 완성되는 ‘시간의 유기적 생명력’에 대한 증언입니다.
Afterlight
밤의 수면 위로 산란하는 빛들은 낮의 활기가 남기고 간 최후의 지문이다. 태양은 수평선 아래로 침잠했으나, 그가 남긴 에너지는 강물 위에 투사되어 형질을 바꾼 채 잔류한다. 나는 이 빛의 궤적들을 통해 시간이 선형적으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의 시공간으로 전이되며 순환한다는 사실을 포착하고자 했다. 렌즈에 맺힌 이 푸른 잔광은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평면 위에서 조우하며 빚어내는 고요한 파동이자, 빛이 기록한 시간의 유언이다.
Residual
적막이 내려앉은 골목에는 미처 휘발되지 못한 삶의 온기가 침전되어 있다. 굳게 닫힌 셔터와 어둠의 장막 사이로 새어 나오는 작은 광원들은, 이 공간을 거쳐 간 무수한 발걸음과 대화들이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존재의 찌꺼기’들이다. 나는 찰나를 고정함으로써 이 느린 시간의 농도를 박제했다. 사진 속 골목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끝자락에 당도한 평온과 내일을 준비하는 정적인 호흡이 켜켜이 쌓인 순환의 대기실이다.
Anachron
심연의 어둠을 뚫고 도달한 별빛은 수만 년의 시차를 지닌 시간의 사절이다. 우리가 현재의 망막으로 인지하는 저 빛은 이미 우주의 어느 시점에서 종말을 고했을지도 모르는 ‘과거의 현존’이다. 이 지독한 역설 앞에서 시간의 경계는 무너진다. 나는 이 고독한 광점들을 기록하며, 우리의 현재가 얼마나 방대한 과거의 층위 위에 서 있는지를 사유했다. 프레임 안에서 수평으로 펼쳐진 별빛은 억겁의 세월이 순환하여 지금 나의 시선과 만나는 지점이자, 소멸하지 않는 영원에 대한 은유다.
Flux
교차로를 가로지르는 빛의 획들은 보이지 않는 시간의 물리적 실체다. 정지된 한 장의 사진 안에 응축된 이 역동적인 궤적은, 개별적인 순간들이 어떻게 서로 얽혀 거대한 삶의 연속성을 이루는지를 시각화한다. 신호 앞에서 멈춰 선 정적과 그 곁을 스치는 동적인 흐름은 도시가 지닌 거대한 순환의 리듬이다. 나는 이 복잡한 빛의 직조를 통해 단절된 ‘초(second)’의 개념을 부정하고, 끊임없이 순환하며 다음 순간을 잉태하는 시간의 거대한 강물을 구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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